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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르네상스와 아리수 
파괴됐던 생태계 복원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의 힘

 

 서울시에서 한강을 새로운 문화와 관광의 명소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강르네상스’ 종합계획을 발표한지 어느새 4년에 접어들었다. 발표 당시에는 환경론자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이제껏 산업화 과정에서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환경을 파괴한 무분별한 공사가 무수히 자행됐기 때문이리라. 한강르네상스사업 역시 처음 삽질을 시작했을 때는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꽤나 높았다. 그러므로 이 사업에 지극히 회의적이었거나 비판적인 입장에 섰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중간평가가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강(漢江)은 한반도 중부를 가로지르는 강으로 태백산맥에서 발원해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를 거치는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해 강원도 일대를 거치는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합수하여 본류를 이룬다. 양수리에서 시작되는 한강 본류는 다시 왕숙천, 탄천, 중랑천, 안양천, 굴포천 등의 지류와 합치며 하구에서 임진강과 만나 황해로 흐른다. 서울에서만 볼 때 한강은 강동구 강일동에서 강서구 개화동에 이르기까지의 길이는 약 42km에 이른다. 그리고 서울을 거쳐 경기만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유역 면적을 가지고 있다.

한강 유역은 비옥했기에 농사짓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땅이었다. 그리고 한강에 연해 있는 여러 곳의 선사유적지는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거주했던 것을 확인시킨다. 삼국시대에는 하남 위례성에 도읍한 백제가 한강을 지배하며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고구려가 백제로부터 한강 일대를 빼앗으며 융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뒤 신라 진흥왕이 북진정책으로 한강을 점령하면서 삼국통일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이처럼 한강 유역을 소유하면 나라가 크게 번성했다는 점에서 한강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우리 민족의 젖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 산지 어느덧 40년이 되었다. 그동안 두어 번 이사를 했으나 줄곧 한강 하류의 서쪽에 위치한 방화동과 염창동에서 맴돌았으니 걸핏하면 좋은 주거환경을 좇아 이사하는 도시민들의 생리에 비춰보면 어지간히 오래 산 셈이다. 한강 하류의 강서지역은 강변을 따라 개화산, 궁산, 탑산, 증미산이 줄 서 있는 곳이라 겉만 본다면 한강과 더불어 아름답기 그지없는 곳이다. 겸재 정선(鄭善)이 그린 진경산수인 <양천팔경첩>에도 이곳의 절경이 잘 묘사되어 있으니 경치만큼은 다른 곳 못지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만 하더라도 양화대교에서 행주대교에 이르는 한강 하류 지역은 그야말로 주변 환경이 엉망이었다. 날씨가 따스해지는 봄에서 가을에 이르기까지 난지도 쓰레기하치장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코를 싸쥐어야 했으며, 식사를 할 때마다 난지도에서 날아온 파리 떼에 시달려야 했다. 어디 그뿐일까. 밤만 되면 분뇨운반차량이 행주대교 인근 한강에 몰래 쏟아버린 분뇨 때문에 한강변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했으며, 한강 둔치에는 몰래 버린 산업폐기물이 넘쳐나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다른 곳으로 이사할 생각부터 했으니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한강 하류권역의 주위 환경은 그렇다 치고 상수도 시설 또한 엉망이었다. 서울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 가운데 가장 하류에 위치한 영등포정수장은 안양천이 한강과 합류하는 지점에 설치되어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안양에서 구로공단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는 안양천은 그야말로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는 죽은 강이었다. 그러니 비록 안양천 냇물을 취수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정수장 옆을 흐르는 시커먼 냇물을 본 사람이라면 지레 기겁할 수밖에 없었으니 누군들 수돗물을 맘 놓고 마실 수 있었겠는가. 불과 몇 해 전까지 한강 하류에 사는 주민들 대다수가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않았음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요즘 틈만 나면 강변길을 따라 걷길 좋아한다. 집에서 5분만 걸으면 강변길이 나타나고 한강 둔치를 따라 조성된 길을 얼마 걷지 않아 선유도와 여의도가 차례로 나타나니 운동 삼아 뛰거나 걷기에 적당한 거리다. 또한 강동에서 강남을 거쳐 강서로 이어지는 백리 길에는 자전거 행렬이 줄을 잇는다. 강 건너 난지도는 공원으로 바뀐 지 오래 되었으며, 한강 둔치에는 꽃밭이 조성되어 있어 철따라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핀다. 또한 강가에는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꾼들을 간간이 볼 수 있는데 어망을 곁눈질하면 한강에 여러 종류의 고기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에는 이따금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쏘가리와 꺽지가 낚이기도 한다니 한강의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한때 공장 폐수로 인해 썩었던 안양천 냇물에 송어 떼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쉽게 눈에 띈다. 이로써 한강이 변해도 엄청나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에서 처음 한강르네상스마스터플랜을 발표할 때는 ‘회복’과 ‘창조’라는 두 가지 비전을 큰 기조로 하여 자연성 회복과 접근성 향상, 문화기반 조성, 경관 개선, 수상 이용 활성화를 주요 사업으로 삼았다. 즉 회복은 한강의 자연성 복원과 서울의 역사성 회복을 의미하며, 창조는 도시공간의 재편과 고품격의 시민문화 창조를 의미한다. 따라서 한강르네상스사업의 중간평가라고 하면 과연 서울시에서 처음부터 의도했던 ‘회복’과 ‘창조’가 계획대로 이루어져 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환경론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문제는 한강르네상스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였다. 그러나 현재 한강에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암사생태공원, 강서습지생태공원이 들어섰으며 이러한 자연형 친수공간을 통해 한강의 생태계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볼썽사나웠던 콘크리트호안을 걷어내고 생태계를 감안한 자연형 호안을 만듦으로써 한강에 서식하는 어류들에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생태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한강 본류에 합류되는 지천마다 생태공원을 조성하였으며 한강 하류에는 최첨단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함으로써 생태계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한강르네상스사업을 시작하면서 한강을 파리의 센 강이나 런던의 템스 강과 같은 세계적 명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그래서 그동안 한강의 경관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제는 한강변이 어느 정도 도시공원으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언젠가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 공항셔틀버스에 함께 탔던 외국인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강교량의 조명과 한강변의 아름다운 야경에 엄지를 치켜드는 것을 보고는 공연히 어깨가 우쭐한 적이 있다. 이제는 한강 어디를 가든 외견상 센 강이나 템tm 강 못지않은 모습을 갖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환경 오스카라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사회 국제상 2010’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상을 받기 위해 전 세계의 350여 개의 도시가 신청을 했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마침내 서울시가 수상했다고 한다. 특히 이 상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식 인증했다고 하니 서울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만도 하지 않겠는가. 이는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을 통해 한강변 생태공간을 회복시키고 환경친화적인 쾌적한 도시공원을 조성한 점을 높게 평가한 결과이리라.

그러나 이러한 수상소식보다도 더욱 고무적인 것은 서울 수돗물의 수질개선이라 할 수 있다. 서울의 수돗물 이름은 ‘아리수’다. 아리수(阿利水)는 고구려 때 한강을 이르던 옛 이름이다. ‘광개토대왕이 아리수를 건너 백제를 공격하자 백제왕이 남녀노예 1천 명과 삼베옷 1천 필을 바치고 신하로서 고구려를 섬기겠다고 했다’는 기록이 광개토대왕비에 적혀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아리수를 수돗물의 이름으로 쓰기 시작했으며 상표로 등록까지 했다. 수돗물에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적어도 이름값을 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서울의 정수장들이 아리수의 고급화 사업을 위해 막여과시설이 도입된 최첨단 친환경정수장으로 재건설 되었다. 그리고 ‘워터나우 시스템’에 의해서 서울시민들에게 24시간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요즘 영등포아리수정수장을 지나칠 때마다 초현대식 정수시설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리수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최근 서울시에서 아리수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수준의 155개 항목에 대한 수질검사를 한 결과 식수로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이제는 수돗물을 맘 놓고 마셔도 된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수돗물은 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아리수의 수질개선은 어쩌면 한강르네상스보다도 더욱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진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관류하는 한강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한강르네상스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마스터플랜대로 문화기반조성 계획이 완료된다면 한강은 시민들에게 더욱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설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오래지 않아 한강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서해5도를 여행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실상 지엽적인 부분에 문제가 없지도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어찌 한술 밥에 배부르길 바라겠는가.

‘한강의 기적’은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룬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강이 서울시민의 자긍심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우리는 또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이뤄야 한다. 나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을 때 누구나 한 번 쯤 꼭 와보고 싶어 하는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앞으로 한강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서로 손을 들어 ‘하이 서울!’하고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http://newsan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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